"눈높이를 낮추라"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.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흔히 건네지는 조언입니다. 그런데 이 표현에는 은근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습니다. 지금까지의 자리가 "높았다"는 전제, 그리고 재취업은 거기서 "내려가는" 일이라는 전제입니다.
이 전제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. 낮추는 것이 아니라, 다시 배치하는 것입니다.
1막의 자리와 2막의 자리는 좌표가 다릅니다.1막에서 자리는 대개 하나의 축, 즉 직급과 연봉이라는 축 위에서 평가되었습니다. 그 축 위에서 보면 재취업은 어쩔 수 없이 "하락"으로 보입니다. 하지만 2막에서는 평가의 축 자체가 여러 개로 늘어납니다. 얼마나 버는지뿐 아니라, 얼마나 유연하게 일하는지, 얼마나 스트레스가 적은지, 얼마나 의미를 느끼는지가 함께 저울에 올라갑니다. 같은 자리라도 이 여러 축 위에 놓고 보면, 1막에서는 "내려간 자리"였던 것이 2막에서는 "더 잘 맞는 자리"로 다시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.
재취업 시장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실제 변화 하나.앞선 글에서 다룬 AI 이야기가 재취업에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. 채용 공고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지만, 그 안에서도 "AI 도구를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"을 원하는 자리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. 30년 가까이 한 분야에 있었다면, 그 경력 자체는 이미 충분한 자산입니다. 여기에 지금의 도구를 다룰 줄 안다는 사실 하나만 더해져도, 같은 나이대의 다른 지원자와는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. 새로운 것을 처음부터 배우라는 뜻이 아니라, 이미 가진 경력 위에 최소한의 새 레이어 하나를 얹는 정도로 충분합니다.
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.- 지금까지의 경력을 "직급"이 아니라 "할 수 있는 일" 단위로 다시 정리해보는 것. 예를 들어 "부장"이 아니라 "20년간 현장 품질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설계해온 사람"으로.
- 눈높이를 낮추는 게 아니라, 평가 축을 늘리는 것. 연봉 하나의 축만 보지 말고, 노동 강도·근무 형태·의미까지 함께 놓고 이 자리가 정말 나쁜 선택인지 다시 계산해보는 것.
- 지금 하는 일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서 AI 도구를 최소 한 번은 직접 써보는 것. 이력서에 한 줄 적을 수 있는 경험이면 충분합니다.
재취업은 후퇴가 아니라 재배치입니다.